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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8.25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제 7전시실에서는 조영남의 ‘왕따 현대미술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왕따 현대미술’이라는 제목부터가 평범하지 않습니다. 또 작가 소개란에 ‘조영남’이라는 이름도 글자별로 상하와 좌우를 반전해놓아서 참 특이했습니다. 무언가 관람 전부터 독특하고 ‘조영남’스러운 작품들을 만날 것 같아 무척 기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왜 현대미술에 왕따라는 단어를 사용 했는지 궁금했습니다.

 

  

전시관 앞에서부터 사람들이 작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워낙 유명한 가수이자 화가인 분이고 또 가끔씩 엉뚱하고 기발한 언행을 하는 작가분이라 대중들도 호기심이 들고 기대도 많이 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도 조영남 작가의 그림을 처음 보는 것이라 매우 궁금했습니다. 

전시관 입장을 한 순간, 작가가 그림을 정말 진심으로 좋아하시는 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작가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작품 세계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수와 화가의 세계를 넘나드는 재주 많은 작가 같습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1970년대 초반의 작품부터 최근 신작까지 회화, 콜라주, 조각 등 60여점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작가의 그림인생은 벌써 40년을 넘겼다고 합니다.

누가 인정해주든 말든 그는 그림을 그렸고 작품이 쌓이면 전시회를 열었다고 합니다. 미술전공이 아닌 작가가 이렇게 다양한 그림을 그려 전시회를 열고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왔다고 생각하니 그림에 대한 열정이 느껴졌습니다. 무엇인가를 정말 좋아할 때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음악작업도 하고 다른 활동을 하면서도 꾸준히 그림을 즐겨 그리고 그림에 집중했을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작가는 어린시절 돈이 없어 그림을 정식으로 배우지 못했고 미국 유학시절, 그림에 대한 열정으로 붓을 들기 시작 했습니다. 처음에는 현대미술이 난해하고 이해하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이번 전시의 타이틀은 작가 조영남이 현대미술을 바라보는 시각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는 "그림이 풀리지 않을 땐 왕따 당하는 느낌이고, 내 눈엔 아무 의미도 없어 보이는 쓰레기 같은 그림들이 초고가의 금액으로 팔렸다는 소식을 듣게 될 때는 그러거나 말거나 하면서 왕따 시키고 싶은 생각이 절절해진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예술가들이 느끼는 고독과 대중의 평가에서 느끼는 괴리감 같은 것을 언급하는 것 같아 작가의 말이 어느정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이미 많이 알려진 조영남 작가의 화투시리즈를 보니 반가웠습니다. 작가에게 화투란 가장 서민적이고 보편적인 오락이며 우리의 전통색인 오방색이 들어 있어서 그림을 따듯하게 해주는 좋은 소재였다고 합니다. 화투가 꽃이 되어 화분에 꽂혀 있고 화투 속에 작가가 들어가 있고 천장에 매달린 입체 화투 등 매우 기발한 작품이 많습니다. 감상하는 내내 재미있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화투, 트럼프카드, 바둑판, 태극기, 달러 지폐, 코카콜라 등을 소재로 한 팝아트 작품으로 특유의 해학을 표현한 작품들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코카콜라의 뚜껑과 코카콜라의 로고 그림이 등장하는데 이것은 작가가 술을 끊고 마시기 시작한 것이 코카콜라였고 빨간색과 흰색 로고의 형상은 미학적으로 완벽한 서양문양, 미국의 문양으로 여겨졌다 합니다. 그래서 화투처럼 코카콜라도 틈틈이 그림 소재로 썼다고 합니다.

 

 

태극기 역시 건곤이감의 막대기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모습과 태극의 무늬가 타원형이 되어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는데 매우 천진난만한 발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이러면 어떨까? 저러면 어떨까?’라고 반문하면서 상상력을 펼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림과 글이 함께 있어 마치 시화전 같았던 작품도 있습니다. 시인 이상의 죽음을 애도하는 장례식 그림, 친한 동료와의 추억을 그린 그림 등이 있었습니다. 마치 선술집에 온 것 같은 편안한 그림이었습니다.

 

 

바둑판그림도 있습니다. 신윤복의 그림을 도용해서 바둑판과 매치한 작품인데 이 작품역시 재미있습니다.

 

 

작가자신의 죽음을 미리 생각해보고 만든 관 속의 조영남도 작품이 되고 있습니다. 조금 이상한 기분도 들지만 작가 나름대로 ‘죽음’에 대한 생각을 예술로 표현한 것 같습니다.

 

 

조영남 작가는 정말 재주가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작품 속에서 귀여운 발상, 장난끼 등을 자주 발견할 수 있었는데, 어른의 작품 속에서 이렇게 어린 아이같이 재미있는 발상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신선했고, 그의 작품이 친숙하게 느껴졌습니다.

취미로 시작한 그림이 이제는 세계의 화랑에서도 콜을 받는다 하니 조영남 화백이 대단해보였습니다. 게다가 이번 수익금 일부는 문화예술의 접근성이 낮은 지역의 아이들에게 미술용품을 나눠주는 캠페인에 쓰인다고 합니다. 이토록 미술을 사랑하는 조영남 작가의 재미있는 왕따 전시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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