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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1.05

 

 

 

 

 

며칠 전 남편이 대사관의 전화를 받고 얘기하더라구요. 네덜란드 국왕 부부를 신라호텔에서 11월 4일 화요일 오후 4시쯤 뵙기로 되어 있었거든요.

그 날 아침에 경복궁 근정전에서 하멜표류기 연극을 보여드리려고 준비하고 있다고요. 박연 벨타브레 역을 해달라고 해서 그러기로 했다고 하더군요. 대본을 받으러 대사관에 다녀오고 자기는 효종(한국 배우)의 말씀을 전달하고 하멜의 네덜란드어를 한국어로 통역하는 역할이라서 가장 대사가 많다구요.

아니나 다를까 외울 것은 한아름인데 남편의 한국어는 딸리더군요. 무슨 뜻인지 단어가 어려워서 제게 물어보는 것도 많았죠.

옆에서 열심히 읽어보는데 어찌나 웃기던지 제가 깔깔대고 배꼽을 잡았었어요. 예를 들어서 "전하, 청이 하나 있사옵니다."를 발음 잘 못하면 "전하, 종이 하나 있사옵니다."가 되더라구요. 그래서 그거 주의하라고 일렀구요. 임금에게 아뢰는 말이라서 그런지 평소와 다른 어려운 단어들 발음에 주의하라고 일렀네요.

그리고 번역본은 길게 문장이 이어지는 것들이 많아서 제가 한 번 보고 수정을 좀 해 줬어요. 외국인들에게 문장이 길게 이어지는 것보다는 짧게 끝나는 게 훨씬 외우기 좋잖아요. 우리가 영어를 배울 때도 마찬가지죠. 이렇게 대사 연습을 여러 번 하고 일요일에 연습을 하러 모이고 그랬어요.

 

 

4일 오전 저는 입장이 안된다고 갑자기 변경이 되어서 사진을 따로 못 찍었어요. 남편이 4일 화요일 오전 8시쯤 경복궁 근정전에서 모여 리허설을 했을 때 찍은 사진이에요. 보안에 신경을 많이 써서 그런지 입장 목록에 있는 사람들만 들어오게 했던 모양이에요.

연극은 무사히 끝맺췄다고 하더군요. 남편은 왕과 왕비를 처음 뵙는 자리여서 그런지 예상과 달리 많이 떨렸다고 해요. 그래도 영광스런 체험이었겠지요.

 

 

2:30~3:30분까지는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대사관에 신청을 하고 초대장을 받은 사람들이 입장을 했어요. 초대장과 여권을 꼭 가져오라고 했거든요. 그러나 초대장을 보여준 후 입장을 시켜주더군요. 몸수색까지 하지는 않더라구요.

국왕부부는 4시 도착 예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늦을까봐 걱정을 하여 모두들 일찍 와서 담소를 나눴죠. 저희는 십 년이 넘게 하멜클럽(주한 네덜란드인들이 만든 모임)회원이라 아는 얼굴이 많았는데요. 모르는 얼굴들도 많았어요. 사진촬영이 금지여서 그 후 찍은 사진이 없으니 이해해주세요.

저희는 2:30분 전에 도착하여 카메라 담당직원을 도와주기도 했어요. 저희가 대신 국왕부부 사진 찍는 곳에 와서 계속 서서 있는 것이죠. 카메라 담당자가 어떻게 하면 멋지게 찍어드릴까 각도를 잡기 위한 준비였던 거죠. 한국 보안측에서 경비견을 데리고 들어와서 영빈관 돌아보는 것까지 봤네요.

부산에서까지 국왕부부를 뵙기 위해 온 사람들이 많았어요. 한국에 이렇게 네덜란드인이 많았군요. 나이는 18세 이상으로 제한했었다구해요. 키가 다들 왜 이렇게 큰지 정말 네덜란드는 세계에서 제일 키 큰 사람들이 많은 나라인 것을 실감하게 되네요.

 

 

드디어 오셨다고 해서 영빈관으로 들어가는 쪽에 두 분이 계시고 저희는 차례대로 줄을 서서 입장했네요. 미리 받았던 이름표를 거기 서 계신 분께 드리면 저희 부부가 가서 악수를 하고 영빈관에 들어가 다들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었어요.

그 곳엔 높은 탁자가 여러 개 있었는데요. 다 주제가 정해져 있었어요. 저희는 교육쪽이라고 해서 2번 탁자였어요. 상업, 교육, 문화, 오래 거주한 네덜란드인, 대사관 직원 등으로 정해져서 탁자에 모여 있었구요. 탁자가 정해지지 않은 이들은 그냥 자유롭게 대기하고 있는 것이죠. 탁자가 정해진 사람들에겐 굉장히 영광이었어요.

국왕부부가 1번부터 차례대로 나눠서 오시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어 있거든요. 저희는 2번이라 두번째로 왕이 오셔서 교육에 관련한 것을 질문하고 교수님들과 네덜란드유학원관계자 분들이 대답을 했지요. 국왕 부부는 키가 굉장히 크세요. 190센치가 넘어 보이세요. 키도 크고 체격도 좋으시다보니까 완전 슈퍼맨같은 이미지더라구요. 역시 왕과 왕비 같은 자리는 카리스마 있는 분들이 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물론 태어날 때부터 왕의 신분이니 교육도 특별히 신경써서 다양하게 받으실 수 있다는 특권이 있지요.

 

 

앞의 탁자는 7~8분, 뒤의 탁자들은 2분 정도로 소요된 대화를 다 마치고 무대에 서신 국왕부부는 먼저 네덜란드 대사님의 짤막한 인사 후에 왕의 소감 발표가 있었어요. 그리고 네덜란드 피아니스트의 연주로 저희는 미리 받았던 네덜란드애국가가 적힌 종이를 보며 국가를 불렀어요.

누가 "국왕폐하 오래 사시길!"하고 외치자 모두들 팔을 들어 함께 외쳤네요. 일본에서 며칠 머무르신 후 한국에 11월 3일 오셨다가 4일 밤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신 국왕부부.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스런 자리. 제가 그 나라에 있었다면, 다른 네덜란드인들도 자국에 있었다면 이런 자리는 못 가졌겠죠? 특별한 시간 할 수 있어서 소중했던 날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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