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녀들의 수다秀多/건강한 수다

수레바퀴 끄는 사모님

 

지난 여름 새벽 토요일 우면산 등산길에 맛깔나게 이야기를 하는 동네 아줌마가 뒷자리에서 아는 척 인사를 권하네요

 

초면이라 수줍게 목례로 답을 했는데 ,..

 

후에 누구일까 ? 궁금해 주변 분들께 물어보니 ‘서초1동 동장님 사모님’이시라하네요

 

동장님 사모님 !!

 

흔히 생각하면 ‘사모님’이란 호칭에서 말하듯 목엔 깁스라도 한 듯 힘이 들어가고 교양께나 있음직하게 무게를 잡을 듯도 한데 이분 참 괴짜시랍니다

 

 

 

 

 

 

야쿠르트 수레바퀴 끄는 동장님 사모님 보신 적 있으신지요 ?

 

사모님이란 호칭도 불편하다며 언니라 부르라하는데 이 언니 평생 그 흔한 퍼머도 할 줄 모르고 화장이 뭔지도 모르며 멋도 모르는 그냥 이웃집 아줌마랍니다

 

알고 지낸지 얼마 안 되었는데 꽤나 오래된 묵은 이웃냄새가 난답니다

 

바깥분께서 동장님 퇴임하시고 올해 구의원이 되셨는데 여직껏 낡은 수레는 버리질 못하시네요

 

 

 

 

 

야쿠르트 수레와 함께 한 지 올해로 21년째라니 --

 

우리 작은애가 대학 새내기인데 그 애와 같으니 꽤나 오랜 기간 함께한 셈이네요

 

그러니까 1995년 5월 8일 39세의 나이로 수줍게 찾아간 대리점에서 당장 출근해도 된다기에 두려움 반 호기심 반으로 시작했답니다

 

‘ 며칠을 가겠어 ?’ 반대 하시던 그 당시 동직원이셨던 구의원님께서도 말리다 지쳐 무관심으로 도움의 손길을 일부러 주지 않으셨다합니다

 

80년 6월 결혼 당시 7만 5천원의 월급으로 월세 3만 5천원을 내고 시어머님 모시고 시동생과 네 식구가 살았다하니 상상에 맡겨두죠

 

분가해 아이 둘 낳고 박봉으로 네 식구 살기 어려워 시작한 수레바퀴와의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질 줄 본인도 모르셨다네요

 

혹여 동장님께 누가 될까봐 OOO의 아내라는 말도 못하고 숨죽이며 살아왔는데 몇몇 아는 분들이 입으로 입으로 전해지면서 알려지게 되었답니다

 

처음 동장님 사모님이 야쿠르트 아줌마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라면 할 수 있을까 ? 답은 생각할 여지고 없이 바로 NO 나오더라고요

 

알면 알수록 시골 냄새 ,인간 냄새나는 이 아줌마가 존경스러운데 나만의 느낌이 아닌 모든 이의 느낌은 같은가 봅니다

 

이구동성으로 야쿠르트 아줌마 이야기들을 하시니 말이예요

 

 

이젠 아들 둘 다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 살고 있으니 “그만 쉬어도 되지 않느냐 ?” 물어보니 ''20여년 새벽 6시면 출근해 하루 10시간을 수레와 같이 걸은' 덕분에 건강했고 행복했다' 즐겁지 아니했다면 진즉 그만 두었을 거라’며 의원님 재임기간은 수레가 동무라 하시네요

 

이 언니를 누가 말리겠어요

 

주말도 없이 지낸 시절에서 이젠 주말은 쉴 수 있어 쉬시면 좋으련만 틈틈이 손길이 필요하다 싶으면 어느 순간 달려가 거칠어진 손이 쉬질 못하게 움직이시네요

 

 

 

 

 

수레바퀴와 함께 한 일 년 후 부터 당신을 위한 보상으로 월급을 받을 때마다 장미 한 송이를 사서 “안 혜 경 한 달 동안 수고하고 고생 많았다” 격려하며 자축했다는 말에 코끝이 찡했답니다

 

오로지 남편과 자식을 위해 사노라 멋 낼 줄 몰라도 하루 하루가 감사하며 행복하다는 그 흔한 루스도 모르는 풋풋한 이 언니 .

 

서초구 행정 복지 위원장이신 정덕모의원님께서도 ‘수레바퀴를 끄는 부인이 자랑스럽고 존경스럽다’하니 이 부부 닮아도 너무 닮았답니다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돌아서서 나갈 때 칭찬은 듣지 못할 지라도 험담은 듣지 않도록 살자 ’는 철학으로 산다는 언니의 말 이 밤 되새겨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