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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幸의 바깥여행/전국/세계여행

엄마로서가 아닌 나만의 큐슈 여행기...

 

 

 

 

행의 묘미는 뭘까요?

좋은 풍경, 맛있는 음식, 구경하기 좋은 날씨 등등 많이 있을 듯한데, 그래도 뭐니 뭐니 해도 맘 맞는 사람이 아닌가 해요. 같이 여행을 간 사람들이 맘이 맞지 않는다면 앞에 얘기한 모든 것이 의미가 없어지지 않을까요?

이번 여행은 운 좋게도 맘의 합을 많게는 4년 이상을 맞춘 분들과(작은 도서관 봉사자분들) 함께 했어요. 그래도 아직은 가족 여행 외에는 어려운 여건 때문에 1년이라는 기간을 준비했어요. 그 동안 비용도 저축하고 가족들에게 홍보도 하고...(난 절대로 꼭 간다고... 매번 신랑과 아이들에게 세뇌를 시켰어요.) 일정은 모두 한 마음으로, 여행이면 좋다 이기에 별 문제 없이 가깝고, 음식과 잠자리가 편한 일본 큐슈로 정했어요.  

가족과 떨어지는 어려운 여행이라서 그랬는지, 여행 전날까지 태풍19호 덕분에 비행기가 뜰까를 걱정해야 했지만, 그래도 무난하게 큐슈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했어요. 물론, 착륙 직전 비행기가 기류에 요동을 쳐서 정말로 간이 콩알 만해지기도 했지만요ㅠ~ 

그래도 여행으로 남의 나라에 오니, 비바람이 불어도 기분이 꿀꿀하지는 않았어요. 비바람을 맞아도 여고생이 된 듯 꺄르르 웃음이 저절로... 후쿠오카에 도착해서 첫 번째 일정은 점심 먹기. 해물, 돼지고기, 야채가 들어간 우동인 돈멘, 주먹밥 오니기니와 노란 단무지 두 쪽^^

날씨가 스산해서인지 따뜻한 국물이 좋았어요~

 

돈멘과 오니기니가 맛있었던 우동집

 

점심을 먹고는 사가현 이마리시 오카와치야마 도자기 마을과 3,000년이나 된 삼나무가 있는 다케오 신사에 갔어요. 도자기 마을에서는 비바람이 어찌나 불 던지, 우산이 뒤집혀서 다니기가 너무 어려웠는데, 들어가는 도자기 샵 들에 전시되어 있는 도자기 들이 얼마나 멋지던지~ 천천히 돌아볼 시간이 없어서 아쉬웠어요.

다케오 신사는 작지만 아담하고, 뒤쪽 숲이 대나무가 있어서 운치가 있어서 산책하기에 좋았어요. 또, 삼천년이나 됐다는 삼나무를 보면서 아~ 이런 자연이 있어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이웃집 토토로’와 같은 작품이 나온게 아닌가 하는 제 나름의 생각을 해 보았어요.

  

도자기 마을 입구에 도자기 다리와 도자기로 만든 일본 인형

 

관광은 여기까지 하고, 일본의 3대 미인 온천인 우레시노 마을로~ 이동. 와타나벳소 온천 호텔에서 유타카를 입고, 가이세키 저녁을 먹고, 대욕장에서 온천욕을 하고, 다다미방에서 첫날을 마무리~~~

 

가이세키 요리와 물이 흐르는 우레시노 마을의 모습

 

둘째 날 6시 모닝콜을 듣고 깨어서 어쩔까 하다가 어제 대욕장에서 못한 노천탕이 아쉬워서 다시 대욕장을 찾았어요. 이른 시간이라 사람이 없지 않을까 했는데, 좋은 물이 아쉬워서 인지 같은 패키지 여행을 오신 분들도 꽤 대욕장에 오셨어요.

간단히 목욕을 하고, 다양한 음식이 있는 뷔페식당으로 고고. 매일 이렇게 먹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를 연발하면서 맛난 아침을 먹고, 유후인과 벳부 가마도 지옥을 보기 위해서 출발했어요.

유후인은 일본 장인들이 종이, 유리등으로 만든 공예품과 생활품을 직접 전시 판매를 하고, 또 바닥에서 따뜻한 물과 차가운 물이 만나서 호수에 안개를 만드는 긴린코 호수를 볼 수 있었어요. 너무 웅장하거나 거대해서 멋지다기 보다는 일본인의 특성처럼 아기자지해서 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유후인이 일본인의 특성을 보여 주었다면, 벳부의 가마도 지옥은 일본 열도의 특성을 보여 주는 곳이었어요. 지하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열에 의해서 온천수가 90도 이상이었어요. 주변에서 보고만 있어도 물에서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어요. 가마도 지옥의 물은 뜨거워서 가까이 갈 수 없었지만, 족욕을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곳이 있어서, 오순도순 앉아서 족욕을 하며, 온천수로 익힌 달걀과 병속에 구슬이 들어간 구슬 사이다를 재미있게 먹었어요.

 

유후인에서 본 천으로 만든 지갑 가게와 가마도 지옥에서 여유롭게 족욕을 즐기는 모습~

 

둘째 날 일정의 마지막인 캐널 쇼핑 센터까지~ 패키지가 아니면, 어려운 날이었네요. 많은 것을 한꺼번에 볼 수 있어서 좋기는 한데 세심하게 볼 수가 없어서 아쉬웠어요. 

마지막 셋째 날에는 숙소인 힐튼 호텔에서 푸짐한 아침을 즐기고, 부산에서 페리를 타고 가면 도착하는 선착장이 있는 하카타 포트 타워를 관람했어요. 그리고 다음으로는 일본인들이 시험 합격, 사업 번창 등을 기원하는 학문의 신 스가와라 야미야지키를 모신 다자이후텐만궁이라는 사원을 갔어요.

같이한 일행 중에 올해 고3인 학부형이 가이드에게 부적 사는 것을 물어보니, 가이드가 일본 신은 한국말 몰라서 부적을 사도 소용없다고 해서 웃었네요^^

 

다자이후텐만궁과 합격과 번창을 기원하는 모습

 

2박3일이 짧을 수도 있지만, 알차게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가 있어서 좋았어요. 일상으로 돌아와서 회상을 하면, 활력소가 되기도 하고요. 엄마로서의 역할이 가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나만을 위한 여행을 계획하는 것이 어쩌면 사치로 보일 수도 있지만, 가족이 이해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대화를 통해서 엄마가 아닌 나로서의 여행을 한번 정도 하면서 가족에 대한 소중함과 나 자신에 대한 생각도 해 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