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으로 길상사에 가보게 되었는데, 서울 시내에 이런 아름다운 곳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너무 좋았습니다. 가족과 함께 오랜만에 외출을 하면서 어디를 갈지 고민하다가 엄마의 제안에 따라 길상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길상사로 가는 길도 참 예쁘고 좋았습니다. 성북동에 위치한 길상사지만 삼청동과 연결되어 마치 성곽을 따라 올라 가는 듯했습니다. 강남의 아파트 촌과는 다른 느낌의 고급 주택들이 즐비해있었고, 쾌적하고 아름다운 경치가 펼쳐졌습니다. 

길상사하면 법정 스님을 떠올리게 되는 명소인데, 사실 그보다 더 유명한 이야기는 길상사의 여주인 ‘김영한의 사랑이야기’였습니다. 길상사라는 이름이 붙기 전에는 ‘대원각’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졌었고 삼청각, 청운각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요정으로 꼽혔다고 합니다.  

대원각이라는 요정이 생기게 된 유래는 다음과 같습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유복하게 자랐던 김영한의 집안이 어느 날 몰락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김영한은 식구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조선 권번(기생조합)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그 후 함흥에서 열린 교사들의 회식장소에 갔다가 백석을 만나게 되었고, 그 둘은 사랑에 빠졌습니다.

백석은 그녀의 집에 머물며 시를 썼고 1938년에 쓴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그녀와의 사랑을 읊은 시로 유명합니다. 그들의 사랑은 뜨거웠지만 백석 부모의 반대로 그들은 헤어졌고 더불어 한국전쟁은 그들을 남북으로 영원히 갈라놓았다고 합니다. 

백석을 잊지 못해 홀로 여생을 보낸 김영한은 성북동 배밭골 일대를 사들여 대원각이라는 요정을 열어 큰 부와 명예를 얻으며 치열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법정 스님의 ‘무소유’ 철학에 큰 감명을 받아 1,000억 원대의 대원각 건물과 부지를 법정 스님께 시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합니다. 그 대원각이 1997년 아름다운 사찰 길상사로 거듭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김영한은 법정스님에게서 길상화라는 법명을 받고 그녀의 유언처럼 1999년 길상사 뒤쪽 언덕에 뿌려졌다고 합니다. 

이 명소의 유래를 통해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와 무소유의 실천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모든 것을 다 주고 간 대원각의 주인 김영한(길상화)의 아름다운 마음이 서려 있는 곳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 꾸며진 고택의 정원 같은 느낌이 강한 길상사는 옛 요정의 건물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더욱 운치가 있고 아름다웠습니다. 

길상사는 역사는 짧지만 사찰체험, 불도체험, 수련회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일반대중들과 불교가 가까워지는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매달 1회씩 ‘맑고 향기롭게’라는 제목으로 선 수련회를 여는데 일반인들도 8시간 이상 참선을 하며 산사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합니다. 

성북동 길상사에는 극락전, 일주문, 적묵당, 범종각, 설법전, 법정스님이 머무시던 진영각과 7층보탑과 석등이 있습니다. 길상사의 본전인 극락전이 있는데, 이 극락전에서 좌측으로 들어가기 전의 문이 인상적입니다. 이곳을 통하면 오솔길이 연결됩니다.

 

   

숲속 오솔길에 침묵의 방이 있습니다. 아무나 들어가서 명상을 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또 법정스님이 머무셨다는 진영각도 있습니다. 법정스님은 진영각에서 마지막 순간을 보내셨다 합니다. 법정스님의 유골은 두 군데에 모셔져 있다고 합니다. 서울의 길상사와 전남 순천의 송광사 불일암에 있습니다.

 

 

법정 스님은 무소유를 실천하신 분입니다. 이렇게 산다는 것이 힘들겠지만 저도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실천해보려고 합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을 한꺼번에 줄일 순 없겠지만, 물건을 사는 일에 있어서 필요한 것이 아닌데 욕심을 내는 것이 아닌지 고민하는 것으로도 실행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법정스님이 쓰신 문구를 하나 발췌해 올립니다.

 

이 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마라.

이런 순간들이 쌓여 한 생애를 이룬다.

날마다 새롭게 시작하라.

묵은 수렁에서 거듭 거듭 털고 일어나라.

 

진영각의 우측에는 7층 다보탑이 있습니다. 조선중기인 1600~1650년 경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영안모자 백성학 회장이 법정스님과 길상화보살의 고귀한 뜻을 기리고, 종교화합의 의미를 전하기 위해 무상으로 기증하였다고 합니다.

 

 

고즈넉한 뜰 한가운데 관음보살상도 운치가 있었습니다. 마치 성모마리아 상과 비슷해 보이기도 합니다. 최종태 작가님은 주로 성모마리아 상을 조각하시는 분이신데 법정 스님이 주지로 계실 때 근처 수도원이나 성당과 많은 교류가 있었답니다. 아마도 종교 간의 화합을 의미하는 관음보살상인 것 같습니다.

 

 

또 길상사에 도서관까지 있었습니다.

 

   

서울 가까운 곳에 이렇게 아름답고 품격 있는 정원의 사찰이 있다는 것이 꽤 자랑스러웠습니다. 대원각이라는 개인의 소유를 여러 사람이 공유하도록 사찰로 시주하신 김영한(길상화)씨의 뜻이 참 의미가 깊은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좋은 기운을 얻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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