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려입을수록 촌스럽다'는 인식…

뾰족구두보다 납작한 신발 선호

 

 

 

 

"하이힐 실종 사건!" 추리소설 제목이 아니다. 요즘 날렵한 뾰족구두를 신은 여성 찾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거리에서도, 패션쇼 무대에서도 하이힐은 스리슬쩍 자취를 감췄다.

이번 봄·여름 서울패션위크 무대에서 선(線)이 여리디여린 하이힐을 신고 런웨이에 오른 모델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투박한 통굽이 달린 샌들을 신거나, 발을 쓱 끼면 들어가는 낮은 구두(슬립온·slip on) 차림이었다. 외국 패션쇼에선 이런 경향이 더하다. 지방시, 지암바티스타 발리, 셀린 같은 컬렉션에서도 모델들은 먼지 하나 묻으면 안 될 것 같은 최고급 정장이나 치렁치렁 늘어지는 이브닝드레스에조차 하이힐 대신 굽 낮은 운동화나 납작한 신발을 신고 '툭툭' 걸어나왔다. 하이힐 기피 현상, 이유가 뭘까?

패션 디자이너 홍혜진씨는 "전 세계적으로 거세게 이는 스포티즘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스포티즘(sportism)이란 스포츠나 운동복에서 영감을 받아 출발한 패션의 흐름을 일컫는다. 홍씨는 "주 5일의 삶이 정착하면서 요트·서핑·테니스·승마·캠핑 같은 운동을 즐기는 여가 활동도 덩달아 중요해졌다. 패션도 여기에서 영향을 받다 보니 하이힐 설 자리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너무 차려입을수록 오히려 촌스럽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패션 디자이너 배승연(요니P)씨는 "예전엔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차려입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지만, 요즘엔 패션을 살짝 비틀 줄 아는 자신만의 여유가 더욱 중요해졌다. 정장을 정장 같지 않게, 드레스를 드레스 같지 않게 입을수록 더 멋져 보인다"고 말했다. 홍혜진씨도 비슷한 말을 했다. "소위 덜 차려입는다는 뜻의 '드레스드 다운'이 화두다. 옷차림에 너무 신경 쓴 모습보단 살짝 무심하게 보여야 더 쿨하다고 여기는 시대다." 신발은 낮아졌지만, 멋의 기준은 오히려 더 높아졌다는 얘기로도 들린다.

  ※ 글은 조선일보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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