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와 아저씨는 한 끗 차이

 

 

 - 조선일보 출처

'한국신사' 이헌 패션플래너

                                   

 

 

전형적인 '아저씨'를 떠올리면 지갑을 한쪽 뒷주머니에 넣고 '짝궁뎅이'가 된 채 뒤뚱뒤뚱 거리를 횡보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터질 듯 두툼한 지갑을 꺼내 열어보면 더욱 가관이다. 수십 장의 영수증과 모서리가 닳은 명함들, 습기와 열기로 축축해진 지폐, 엉덩이 곡선을 반영한 여러 장의 구부러진 신용카드가 빼곡히 들어있다.

사느라 바빠서 변변한 지갑 하나 살 틈이 없었다는 것엔 안타까운 생각이 들지만, 그 지갑 속에서 나온 명함과 젖어버린 지폐는 이미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다. 게다가 뚱뚱한 지갑을 한쪽 엉덩이에 줄기차게 넣고 다니다가는 척추측만증에 걸릴 위험까지 있다.

멋쟁이 '오빠'들은 바지 뒷주머니에 지갑을 넣더라도 결코 지갑을 빵빵하게 채우지 않는다. 최소한의 돈과 신분증, 카드만으로 가능한 한 얇고 날렵하게 유지한다. 가능하다면 긴 지갑을 양복 재킷 안쪽 주머니에 넣거나, 별도의 가방에 넣어 들고 다니는 편이 '오빠'의 우아함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요즘엔 남자들도 들고 다녀야 할 것들이 참 많아졌다. 휴대전화도 크기가 커졌고, 자동차 스마트키도 제법 두툼하다, 남자들도 가방을 들고 다녀야 하는 이유다. 해외 멋쟁이들은 파티나 만찬 같은 맵시를 자랑해야 하는 자리엔 카드 몇 장이나 약간의 지폐만 들어가는 얇은 카드지갑이나 머니클립(money clip)을 따로 마련해 시간과 장소에 따라 알맞게 소지품들을 챙기곤 한다.

우아함은 소소한 것들에서 온다. 지갑에 넣어둔 명함이 반듯하고 정돈되어 있을 때 그 명함을 건넨 이도 반듯하고 정돈돼 보이며, 깔끔한 지갑에서 꺼낸 돈도 더 가치 있어 보이는 법이다. 근래엔 비싸지 않고 질 좋은 국산 가죽 제품도 많아졌다. 명함지갑이나 카드지갑, 장지갑, 반지갑, 머니클립 형태의 지갑〈사진〉까지 어렵잖게 구할 수 있다. 신사의 우아함, 오빠의 격식을 위해서 낡은 지갑을 과감하게 용도에 알맞은 제품으로 바꾸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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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공감 2014.06.13 23:04 address edit & del reply

    ㅋㅋㅋ 잼있는 기사네요. 제 남편에게 보여줘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