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 읽기 좋은 현대시 세 편
가을이 시작되면서 소녀감성이 풍부해진 서초여우입니다.
지난번 동시에 이어 오늘은 가을 시 세편을 가져와봤습니다. 따뜻한 차 한잔을 옆에 놔두고 시를 보는데 마음이 촉촉해 지네요. 여러분도 함께 이 감정을 공유하고 싶어 올립니다.
높은 가을 하늘과 선선한 바람! 가을은 역시 독서의 계절이죠? 지난번 가을 동시에 이어 오늘은 가을 시 세 편을 가져와봤어요. 멋진 사진과 함께 즐감하세요^^
가을 사랑 - 도종환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부는 저녁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시지 않은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끝없이 무너지는 어둠 속에 있었지만
이제는 조용히 다시 만나게 될
아침을 생각하며 저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잔잔한 넉넉함입니다
가을 - 조병화
어려운 학업을 마친 소년처럼
가을이 의젓하게 돌아오고 있습니다
푸른 모자를 높게 쓰고
맑은 눈을 하고 청초한 얼굴로
인사를 하러 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참으로 더웠었지요" 하며
먼 곳을 돌아돌아
어려운 학업을 마친 소년처럼
가을이 의젓하게 높은 구름의 고개를 넘어오고 있습니다
가을 - 김지하
어지럼증을 앓는 어머니 앞에
그저 막막하더니
집을 나서는데
다 시든 낙엽을 밟으니
발바닥이 도리어 살갑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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