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 이야기 (Story of jar)
서초여행 리포터 김 선 하
예술의 전당 지하에 있는 한가람미술관 제7 전시실에서 전시 되었던 고재권 작가에 대하여 말씀드리려 합니다.
여러 작가 분들이 개인 부스를 가지고 여는 전시회였지만 유독 제 마음에 들었던 그림이 있었는데 바로 고재권 작가의 그림이었습니다.
주제가 항아리였는데 유화임에도 불구하고 도자기 작품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로 입체감이 있었습니다. 정말로 항아리를 앞에 두고 보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작가가 항아리를 고집하게 된 이유, 특히 ‘옹기’에 대한 그림을 그리게 된 데에는 동기가 있다고 합니다. 작가는 이국 땅, 호주에서 8년 동안 살면서 고국을 그리워하게 되었고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하게 되었는데 그 때마다 집 마당의 장독대가 떠올랐다고 합니다. 향수병에도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시각적인 것과 미각적인 향수가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 바로 장독대였다고 합니다.
여유가 있는 집은 한적한 뒤뜰에 반듯한 장독대를 두었지만, 살림이 넉넉하지 못한 집안은 구석진 자투리땅을 찾아서라도 장독대 하나는 두고 살았다고 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먹고 살아가는 본능적 욕구를 장독대에서 찾을 수 있는 것입니다.
장독대의 항아리에서 우리는 어려서 먹은 장국 맛을 회상하고 행복한 어릴 적 추억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 항아리가 베풀었던 된장의 냄새 또한 향수로 남아 있습니다.
작가는 고향의 향수를 장독대의 항아리에서 느끼며 그 항아리를 섬세하게 표현하여 투박한 질감을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그래서 보는 이로 하여금 뭔가가 풍요로워지고 푸근해지는 기분을 들게 합니다.
그리움이 그림의 본질이 되기도 하고 예술로 승화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고재권 작가의 옹기는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옹기의 생생한 이미지를 아주 선명하고 뚜렷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옹기의 숨쉬는 구멍까지
살아있는 듯 했습니다.
항아리에 ‘coca cola’라는 로고를 넣어 항아리를 전 세계적인 상품과 접목하여 대한민국의 항아리를 알리는 것이 작가의 의도가 아닐까 혼자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항아리는 저의 세대만 해도 옛 분들만큼은 그 정서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듯 하지만 그래도 저는 어릴 때 할머니댁에서 보고 자란 터라 항아리를 보면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느낌을 물씬 느끼는데, 코카콜라라는 로고가 붙으니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이질적인 느낌도 들고 항아리가 현대적으로 변모한 듯도 한 느낌입니다.
또한 ‘samsung’로고를 항아리에 넣었고 항아리 바닥부분에 전기선을 나태낸 그림은 애국심을 불러일으키게 하였습니다.
또한 백자 항아리 그림이 있었는데 옹기와는 다른 분위기를 풍겼습니다. 마치 허연 달덩이처럼 둥그런 백자 항아리가 눈에 띄었습니다. 백자 항아리의 색조가 예뻐서 눈에 띄기도 했고, 그 하얀 항아리에 꽂혀 있는 분홍 꽃과 색깔이 너무 잘 어울려서 더욱더 예뻤습니다. 은은한 배경 색깔까지 더해서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를 풍겨서 저는 이 그림이 참 좋았습니다.
<제목: 달항아리와 진달래가 꽃힌 항아리>
용무늬의 항아리도 있었는데 용 그림이 어찌나 정교했는지 실물을 보는 듯 했습니다. 마치 진품명품이라는 TV프로그램에 나올법한 수백년 된 항아리 골동품 같았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그림으로 오래 된 듯한 느낌을 표현해 낼 수 있을까 너무 신기했습니다.
보통 흔하게 우리의 장독대에서 만날 수 있는 투박한 항아리와 무늬 게다가 항아리가 벗겨진 흉터도 재미있습니다.
마지막 작품은 한국적인 멋이 풍기는 버선을 항아리에 표현하고 나뭇가지 선을 항아리 위에 그려놓았습니다. 바라보기만해도 한국의 미가 물씬 풍기는 그림입니다.
전시회를 보면서 들었던 한가지 생각이 있는데, 점점 도시에서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미를 감상할 기회, 또 시골풍경을 볼 기회가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의 다음 세대로 넘어갈수록 이러한 풍경을 접해본 적이 없어서, 항아리와 관련된 추억이 없어서 이러한 전시회를 봐도 공감하지 못하고, 작가가 의도한 정서를 못 느끼고 또 작품자체를 이해하지 못할 날이 올까봐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흥미로운 전시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자세하고 재미있는 설명들로 계속해서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미를 간직하고 우리만의 정서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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